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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과 실망의 연속 : 시험관 시술 과정에서 겪은 감정적 고통, 이런 부분은 미리 대비하세요! - 1편

시험관

by 여왕개미BY 2025. 4. 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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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관 시술은 여타 의료 행위보다도 극심한 감정적 소모를 유발하는 긴 과정입니다. 아이는 하늘이 내려주는 거라고... 환자(난임)와 의료진이 100%의 노력을 기울여도 결과는 복불복입니다. 따라서 시험관 시술은 희망과 실망이 교차하는, 그 과정에서 수많은 감정과 내면의 변화를 겪게 만드는 긴 여정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저 또한 신체적 어려움 만큼이나 정서적 어려움이 극복하기 어려웠습니다. 오늘은 이 과정에서 겪은 감정적 어려움, 내면의 싸움에 대해 솔직하게 공유해보겠습니다. 

 

불안과 공포의 시작

저는 총 세 번의 시술을 했는데 첫 시술에서 은근히 자신만만해하는 면이 있었습니다. 당시 35살로 이미 노산에 접어들었지만 남편의 정자 문제 외에 내 몸에는 큰 이상이 없었기 때문에 로또급이라는 '한 큐에 임신'이 가능할거라는 알 수 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죠. 

 

그렇게 첫 시술이 시작됐고 검사부터 매일 놓는 주사, 난자 채취까지 생각보다 길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고통스럽고 위험한 과정인 난자채취(인위적으로 여러개 배양한 난자를 기구로 빼내는 시술로 수면마취 후 이루어지지만 깨고 나면 며칠은 고생해야 한다. 어떤 이들은 복수가 차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한다.)를 마치고 몇 개나 수정되려나 기대하고 있던 찰나, 결과는 참담하게도 0개였습니다. 

 

저의 경우, 남편의 정자 양과 질 이슈가 있었기 때문에 수정이 어려워 배아이식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저의 몸이 아무리 건강해도 배아이식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이후 두 번째 시도에서는 어렵게 만든 배아 2개를 해동 이슈로 잃게 됐습니다.  그렇게 시도 자체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시작됐습니다. 

 

이후에는 '과연 이번에는 잘 될까?'라는 의문과 함께, 기대만큼이나 컸던 실패의 아픔이 떠올라 잠을 설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약 1년간 간 시험관을 미뤄두게 됐습니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시험관은 배아이식이라는 최종장에 이르기 위해 난자채취와 수정이라는 일종의 선발전을 거쳐야 합니다. 각각 난자와 배아(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것)가 충분한 양과 질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따라서 매번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그 자체로 심리적 고문이나 마찬가집니다. 아무리 대범한 사람도 2주간 자기 배에 주사를 꽂아 호르몬을 교란해 배가 빵빵하도록 난자를 만들어 내야 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마련일겁니다. 이 과정에서 겪은 기다림과 결과에 대한 공포는 마치 어둠 속을 헤매는 것처럼, 마음의 평안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외로움과 고립감

이런 불안 속에서 또 다른 고통은 외로움이었습니다. 요즘은 시험관 시술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아졌다지만 실제로 같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과 진솔하게 소통할 기회는 적었습니다.  저는 당시 다니던 교회에서 아이가 없는 이들을 모아 모임을 만들어 주었던 터라 시험관을 함께 진행하는 동지가 있긴 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각 사람마다 몸 상태나 상황 등 케이스가 너무 다르기도 하지만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 때문에 서로를 마음 놓고 진실하게 응원해주기에는 각자 아이를 바라는 마음이 너무 간절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저보다 훨씬 젊고 건강한 친구가 두 번째 시도만에 임신이 되자 너무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실망감도 들었습니다. 하필 비슷한 시기에 저는 수정 자체에 실패해 좌절한 상태였는데 그 친구는 무려 12개나 배아가 수정 돼 여러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축구팀 만들 작정이다'라며 농담을 하는데.. 웃어야 했지만 속이 쓰렸습니다. 이후에도 그 친구는 매번 초음파 영상과 사진, 자신의 적은 입덧, 태명 등을 공유하며 나도 얼른 임신이 되면 좋겠다며 격려하고 기도해 주었는데... 매번 감사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남편의 태도도 저를 외롭게 했습니다. 이 싸움은 분명 부부가 함께 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문제(정자)가 더 크다는 의료진의 말을 부정하고 운동이나 식습관 개선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지 않았습니다. 더 큰 문제는 남편과 이 문제로 툭 터놓고 대화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힘들겠지만 힘내자거나 하는 말조차 해주지 않는 남편에게 본인도 괴로워 그렇겠지 싶어 어느새 혼자만의 싸움이 되어 갔습니다. 

 

시부모님은 더했습니다. 아버님은 엄청 먼 지역의 병원을 추천하며 거기로 옮기라고 강요했고 시어머님은 남편 문제가 난임의 큰 원인이 되었다는 말을 좀처럼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남편이 저를 보호하고 있다고 여겼는지 매번 저보고 더 노력하라며 닦달하고 상처를 주셨습니다. 친정 부모님이나 자매인 언니도 안타까워 할 뿐 이렇다 할 도움을 줄 수 없는 여건이라 더욱 외롭게 느껴졌습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만큼 친구들의 격려도 때론 상처가 됐고, 시술 사실을 알리는 것이 부담스러워 아예 숨기게 됐습니다. 결국 힘겨웠던 순간마다, 나 혼자 이 싸움을 감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마음 한켠에 고립감이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자기비하와 죄책감

시술 결과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으면 으레 자신을 탓하게 됩니다. “내가 더 열심히 하지 않은 부분은 없을까?”, “운동도 안하고, 식단도 미흡했고, 영양제도 더 먹었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죄책감이 느껴졌습니다. 이처럼 실패의 경험은 나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자기비하로 연결됐습니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자신에게 실망하며,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게 되는거죠.

 

그러다 두 번째 시술에서 큰 실수를 저지르고 나서는 약 1년간 다시 도전할 의욕을 잃기도 했었습니다. 당시 불면증을 심하게 겪고 있었는데 난자채취 전 날 비몽사망한 틈에 저녁에 맞아야 하는 주사(난포 터뜨리는 주사로 맞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를 아침에 몽땅 맞아버린 것입니다. 병원에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난자는 정상적으로 채취됐고 2개의 배아 수정에 성공하긴 했지만 해동 과정에서 이를 잃게 되자 병원 측에선 제가 주사를 잘 못 맞은 것을 탓으로 돌렸습니다. 

 

실망감은 물론 그간 들인 시간과 비용, 나빠져가는 건강 등 모든 결과를 스스로 책임져야 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불신과 미움이 너무 커졌습니다. 그렇게 1년을 쉬어야 할 정도로 큰 자기비하와 죄책감에 빠져들었습니다. 

다음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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